[Tech & Thoughts] 학생 입장에서 MCP를 배우려다 멈춘 이유
뜨거운 감자 MCP, 학생의 입장에서 고민해보다
요즘 AI 업계에서 MCP(Model Context Protocol)라는 말이 부쩍 많이 들린다. 모델, 환경, 통신을 한 번에 묶어 쉽게 배포할 수 있게 해주는 체계라고 한다. 유튜브를 보다 보면 MCP 관련 영상들이 끊임없이 추천되고, 커뮤니티에서도 MCP를 빨리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처음에는 '나도 이걸 빨리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AI가 점점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지금, 배포 자동화 같은 부분에서도 뒤처지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MCP를 검색해보고, 간단한 소개 자료를 읽어보면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료를 읽으면 읽을수록, 한 가지 의문이 커졌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위치에서, 과연 MCP를 익히는 게 정말 필요한가? 지금 이 단계에서 자동화 툴을 다루는 게, 오히려 내 성장을 가로막는 건 아닐까? 결국 이 질문은 단순한 기술 습득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자동화가 주는 편리함, 그리고 놓치는 것들
MCP는 분명히 매력적인 시스템이다. 복잡한 환경 세팅이나 배포 과정을 단순화해주고, 명령어 몇 줄로 모델을 API로 만들어 배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실전 서비스나 대규모 프로젝트에서는 이런 자동화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배우는 입장에서, 편리함은 곧 놓침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을 직접 구축하고, 오류를 하나하나 해결해보고,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체득하는 감각은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다.
자동화는 이 복잡하고 귀찮은 과정을 건너뛴다. 결과를 빠르게 만들어주지만, 그 과정 안에 숨어 있는 많은 배움의 기회를 잃게 된다.
편리함은 확실히 강력하다. 하지만 개발자로서 스스로를 키워야 하는 시기에, 이 편리함이 나를 게으르게 만들 수 있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MCP가 주는 결과물은 좋지만, 그 과정이 보이지 않는다면 결국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AI 개발자를 목표로 한다면
나는 단순히 AI를 '사용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코드를 몇 줄 짜서 모델을 돌리고, 결과를 받아보는 수준에서 멈추고 싶지 않다. 정말로 모델을 이해하고, 문제를 정의하고, 필요한 곳에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AI 개발자의 모습이다.
그래서 지금은 빠르게 결과를 내는 것보다, 느리더라도 한 번 더 고민하고, 한 번 더 삽질하고, 하나하나 몸에 익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 MCP를 배우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직접 환경을 세팅하고, 라이브러리 충돌을 해결하고, 서버를 띄워보고, 오류를 읽고 고치는 과정 없이 단순히 '툴을 사용했다'는 결과만 얻는다면, 그건 내 실력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툴을 잘 쓰는 것도 능력이지만, 툴이 없이도 문제를 풀 수 있는 기본기를 갖추는 게 오래 버틸 수 있는 실력을 만든다고 믿는다. 특히 AI처럼 기술 변화가 빠른 분야에서는, 지금 존재하는 툴이나 방법론이 3년, 5년 뒤에는 완전히 바뀔 수도 있다. 그런 흐름 안에서 중심을 잡으려면, 기초를 탄탄히 다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MCP를 배우는 걸 당장 포기한 건 아니다. 나중에 팀 프로젝트를 하거나, 실제 서비스를 만들 기회가 생기면, MCP 같은 자동화 시스템이 분명히 필요할 거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툴에 의존하기 전에, 내 손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경험이 더 필요하다.
자동화 없이 직접 환경을 맞추고, 오류를 하나하나 해결하고, 서버를 띄워서 모델을 돌려보는 일. 조금 불편하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때로는 정말 사소한 오류 하나 때문에 며칠을 고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을 통해 얻는 감각은, 어디에서도 쉽게 배울 수 없는 것들이라고 믿는다.
언젠가 내가 성장해서, MCP를 정말 필요로 하는 순간이 오면, 그때는 지금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MCP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툴을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툴에 끌려가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자동화가 모든 걸 해결해주는 시대지만, 나는 아직 내 손으로 부딪히며 배우고 싶다."
마치며
MCP는 좋은 도구다. 앞으로 AI 업계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도구는 결국 '도구'일 뿐이다. 그것을 쓸 수 있는 사람, 필요할 때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따로 있다. 나는 지금, 도구를 쫓아가기보다, 도구를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기초를 다지고 싶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천천히, 제대로.
그게 결국 가장 빠른 길이 될 거라고 믿는다.